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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환의 화폐 이야기 (77) 삼월의 들길에서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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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순환의 화/폐/이/야/기 [77]

삼월의 들길에서

병신년 새해가 왔다고 떠들썩했지만 어느덧 삼 월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털고 오랜만에 들길에 서 본다. 얼어붙었던 대지가 풀리고 먼 산하 어느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이 소소롭다. 거기 어린 시절 삼월이면 불렀던 잊혀진 노래가 들려오는 듯하다.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
옥 속에 갇혀서도 만세 부르다 푸른 하늘 그리며 숨이 졌대요..”

3월은 저항과 독립의 시발점이었다.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기미년(1919) 3월 1일 정오, 파고다 공원에서 선언했던 ‘독립선언서’이다. 지금도 그 함성 들릴듯하여 푸른 하늘 우러러본다. 무엇이 그들을 분연히 일어서게 했고 무엇이 놈들의 총칼 앞에 태극기를 들고 맞서게 했던가! 그로부터 97년, 한 세기가 흘러가는 오늘 우리에게 애국은 무엇이고 태극기는 또 무엇일가? 일상에 젖어 막연하게만 생각해 왔던 그런 문제를 생각해 본다.

마침 풍산 화동양행은 한국조폐공사가 제조한 “태극기 기념 메달”을 3월에 맞춰 기획 출시한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더욱더 관심 갖고 사랑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기획 상품”이다. ‘나라사랑’시리즈의 일부분이라 한다. 이미 작년 12월 애국가 카메오 메달을 시작으로, 2016년 상반기에는 태극기, 하반기에는 한반도 관련 메달도 구성 중이지만 아직은 미정이란다. “이것은 3월 1일 3·1절을 기념하기에 적합한 제품이기도 하여 추진하게 되었다”는 기획 의도이다.

출시되는 상품은 총 3가지로 금·은·동메달 3종 세트, 은·동메달 2종 세트, 사각 은메달 15종 세트이다. 금·은메달은 디자인이 같다. 금·은메달의 앞면은 태극기를 들고 독립을 외쳐 불렀던 삼월의 함성과 그 정신이 독립과 번영의 문을 활짝 열어 제치는 것을 표현하였고, 뒷면은 삼일절과 태극기를 디자인 모티브로 삼일정신과 태극기의 철학이 확장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태극기를 색채 기법으로 표현하여 깔끔하고 산뜻하다.

동메달은 유관순이다.
디자인 앞면은 아우내 장터에서 태극기를 나눠주며 대한독립을 외치다 투옥되어 옥사한 유관순 열사의 초상이 담겨 있고, 뒷면은 3·1 정신상이 새겨져 있다. 이 동메달은 100인의 인물 메달 시리즈 중 유관순 메달을 리바이벌 한 것으로 청동에서 황동으로 소재를 바꿔 제작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사각 은메달 15종 세트다.
지금껏 우리가 간과하고 지났던 태극기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제작되었다. 즉 문화재청 등록 15점의 태극기가 사각 은메달의 형태로 담겨져 있다. 제조기술 측면에서 뚜렷하게 새로운 기법을 도입한 것은 없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즉 “삼일절을 맞이하여 삼일정신과 태극기를 주제로 한 최초의 메달 세트라는 점”과 “사각 은메달에 태극기 15종을 담아 우리나라 태극기의 다양한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착안한 점”이 교육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태극기 관련 글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
“1919년 3월 1일 정오를 기하여 일제의 압박에 항거, 전 세계에 민족의 자주독립을 선언하고 온 민족이 일어나 평화적으로 만세를 부를 때, 우리 선조들의 손에는 몰래 숨겨 두었던 태극기들이 한 장 한 장 쥐어져 있었습니다. 태극기는 국권 상실 시기와 동족상잔의 전쟁 등 고난의 시기를 극복하는 동안 나라를 되찾고 지키는 힘이 되어왔으며, 태극기를 가슴에품고 고이 간직해 왔던 애국선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자랑스럽게 펄럭이는 태극기가 있는 것입니다. 태극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심오한 철학을 단순한 도형으로 표현하였기에 다른 나라 국기와 비교하여 최고 수준의 상징물이라 자랑스럽습니다.”

그렇다! 세계 만국기 중 우리나라 태극기는 최고의 디자인을 자랑한다. 세련된 디자인과 깊숙한 철학이 공존한다. 건곤감리 4괘는 균형과 변이의 절묘한 조합이다. 만일 태극을 중심으로 동일한 막대 문양을 네 구석에 가지런히 그려 넣었다면 균형의 미는 얻었겠지만 변이의 다양성은 기대할 수 없다. 우리 태극기는 영국 국기의 숨 막히는 균형감이나 일본의 되바라진 야심과는 차원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분방함 마저 슬쩍 묻어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태극기는 무척 자랑스러울 뿐 아니라 이세상 어느 국기보다 탁월하다.

1919년 삼일절에 흔들었던 이와 같은 태극기의 혼은 26년 후인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벅찬 감격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이러한 태극기는 지난해 광복 70년을 맞기까지 광복을 기념하기 위한 광복기념주화 속에 4번에 걸쳐 표출되었다. 1975년 광복 30주년을 시작으로 1995년 광복 50주년, 2005년 광복 60주년, 그리고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주화가 그것이다.

시대에 따라 디자인도 변화를 가져왔다.
광복 30주년부터 50주년까지 발행된 디자인이 역사적 인물을 주제로 사실적인 표현을 했다면 60년과 70주년 광복 기념주화는 은유적이고 상징적이다. 30주년의 유관순, 50주년의 김구, 안중근이 그렇고 세대를 잇는 60주년의 디자인과 글로벌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표출한 70주년 디자인이 시대의 변화와 그에 따른 민족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그때마다 태극기는 디자인의 주제로 또는 부제로 자리하며 우리에게 애국심을 고취해 왔다.

지난달 중순, 화동의 이제철 사장을 만나 3월호 원고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북핵 도발에 이은 국제정세와 개성공단 폐쇄라는 문제로 서로 다른 의견의 정도가 저주와 파괴 수준이고 통합과정은 아예 없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애국심이 필요하고 발휘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야기 끝에 “3.1 운동과 광복 정신을 계승하고 본받아 애국애족하자는 의미에서 새로운 상품을 기획했다”는 이야기다.

시대의 변화 탓 일까 애국심을 야기하는 것을 진부하게 여기는 풍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애국’이라는 것이 어떤 계층의 이해를 위해 동원된‘선전도구’로 치부되는 상황을 너무 오랫동안 방치한 탓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국은 자기가 속해있는 공동체를 지키려는 마음가짐이며 애착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파괴하려는 외부세력으로부터 우리를 지켜내려는 마음가짐이다. 그것이 애국심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세상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쥘 일이 많겠지만 나라가 어려울 때는 정책 책임자들이 정신을 한데 모으고 앞으로 온당하게 나아갈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밀어주는 것, 그것 또한 애국 아니겠는가!

꽃은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난다.
선열들의 혹독한 겨울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출시되는 3가지 기획 상품 즉 삼월의 함성 앞에 태극기를 들고 앞장섰던 선열들의 삼일정신과 독립과 번영의 문을 활짝 여는 메달을 보여주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정신을 이끄는 용기 있는 결단이다. 뿐만 아니라 태극기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15개의 메달은 지금 우리에게 애국심이 필요한 이유를 계몽하는 차원에서 시사하는 바 또한 크다 하겠다. 다만 기념주화가 아닌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런 저런 생각으로 3월의 들길에서 다시 한 번 하늘을 우러러본다.
과연 진정한 애국과 애족은 무엇일가?
부끄러운 역사에서 미래의 답을 찾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