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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환의 화폐 이야기 (79) 최초 한국은행 주화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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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환의 화/폐/이/야/기 [79]

최초 한국은행 주화

 

“온 세상이 꽃 천지네요. 집사람은 꽃이 차례도 없이 한꺼번에 피어 헷갈리게 한다고 불평이네요...,” 지난 4월 초, 평소 존경하는 지인께서 보내주신 카톡이다.
그랬다. 금년 봄은 유난히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나 때를 헷갈리게 했고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도 출구조사와 결과가 사람을 헷갈리게 했다. 세상 헷갈리는 것이 어디 그 뿐이랴.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돈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헷갈릴 때가 많다.

지난 4월호에 한국은행 설립 후 발행한 우리나라의 주화 17종을 간략하게 소개했더니 많은 분들이 전화를 주셨다. 특히 폐기된 ‘환’ 표시 주화 3종을 제외하고 14종의 주화에 대해서다. 옛날 주화를 지금도 전부 사용 가능한 거냐?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은 500원 100원 50원 10원 4종인데 나머지 10종은 어디 있는지 헷갈리고 정작 그것이 언제 발행 됐는지 년도 표시를 보지 않으면 헷갈린다고 했다.

대한민국 최초 주화는 한국은행이 설립된 후 1959년 10월 20일 발행된 환표시 주화 3종이다. 비록 지금은 폐기 되었지만 10환, 50환, 100환이 그것이다. 그 이전에는 1949년 조선은행권이 발행되면서 보조화폐로 발행된 5전,10전. 50전 지폐를 주화대용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6.25 전쟁이 일어나 세상에서 그 자취를 감춰 버렸다. 그 후 1957년 7월 27일 휴전 협정이 되고 사회와 경제가 서서히 안정되면서 소액거래의 편의를 위해 주화를 발행하기로 추진했다.
1959년 10월 20일 10환 적동화, 50환 백동화를 발행하고 30일에는 100환 백동화가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1910년 이후 50년 만에 대한민국 화폐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이들 주화는 태생이 미국이다.
해방직후 대한민국은 동전을 찍을 아무런 준비도 여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1982년이 되어서야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가 사용하는 주화를 100% 자력으로 찍어낼 수 있었다. 해방 이후 37년이 되어서다.
미국에서 수입한 주화 3종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필라델피아 조폐국에서 제조된 것이다. 10환짜리 동전에는 표면에 무궁화 꽃과 ‘십환’, 그리고 ‘한국은행’이란 글자를 안정감 있게 배치하였고 이면에는 ‘10’이란 액면가를 중심으로 상단에는 ‘REPUBLIC OF KOREA’를 아래쪽에는 ‘4292’ 라는 제조연도를 단기로 표기 하여 눈길을 끈다. 19.1mm의 크기로 동 95%,아연 5%의 합금에 2.46g이다. 50환 백동화는 표면에 거북선을 섬세하게 표현 하였고 ‘오십환’ ‘한국은행’을 당초 문양과 어우러지게 자리 잡고 있다. 이면은 50이란 액면가를 중앙에, 역시REPUBLIC OF KOREA를 상단에, ‘4292’란 제조년도를 아래에 앉히고 당초문양으로 모양을 냈다. 직경 22.86mm에 동70%, 아연18%, 니켈 12%의 합금으로중량이 3.69g 이다.
100환은 표면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얼굴을 측면으로 앉히고 ‘백환’이란 글자를 세로로 좌측에, 그 밑으로 ‘한국은행’이란 발행처를 표기했다. 이면은 100이란 액면가를 대통령 휘장인 봉황으로 감싸고 그 위에 제조연도 ‘4292’를, 하단에 ‘REPUBLIC OF KOREA’를 새겨 넣었다. 직경 26mm로 중량은 6.74g 인데 동 75% ,니켈 25% 백동화다.

한국은행 발행 주화 17종 가운데 지금껏 인물을 주 소재로 다룬 것은 3종 뿐이다. 1957년 발행된 이승만 대통령과 1970년과 1983년 발행된 이순신 장군의 초상이다. 모두 액면가는 100원이다. 그중 특이한 것은 이승만 대통령의 얼굴이 측면으로 조각 되어있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얼굴이 정면으로 표현된 것에 비해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은 완전 측면이다. 미국식(?) 표현 방식이다.이것은 한국은행 창립 이래 지금까지 발행된 화폐 즉 은행권, 주화를 통 털어 유일한 인물 모습이다.

얼굴이 입체적인 서양 사람들은 주화 디자인에 대부분 프로필(측면)을 고집한다. 그것이 그들의 얼굴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동양 사람들은 얼굴 윤곽이 서양인에 비해 평면적이기 때문에 3/4 측면이나 정면으로 조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이 동양인의 얼굴 특징을 쉽게 표현하고 식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화에 나타난 3종의 인물을 가만히 드려다 보면 각기 표현된 조각이 다르다. 이승만 대통령의 얼굴은 측면이라 그렇다 하더라도 1970년과 1983년 발행된 이순신 장군의 얼굴은 동일한 사람인데도 보여주는 이미지가 전혀 다르다. 1970년 발행한 이순신장군은 일본에서 조각된 것이고 1983년 이순신은 우리나라에서 조각해 원극인을 제작한 것이다. 전자는 품위가 있어 보이지만 후자는 얼굴에 볼륨감이 없어서 인지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이 든다. 그에 비하면 미국에서 들여온 이승만 대통령의 측면 얼굴은 온화하고 편안한 가운데 대통령으로서의 위엄이 엿보인다.

정 측면으로 조각된 이승만 대통령의 100환 동전은 한국 주화 17종 가운데 제일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조각자체가 훌륭하기도 하지만 주화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피치 못할 압인공정을 거치면서도 인물에서 풍겨지는 이미지가 망가지지 않고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정면의 얼굴은 원극인 제작시 코가 높아서 압력을 가할 때 자칫 다이 (Die)가 깨지고 망가져 애를 먹인다. 그러나 측면얼굴은 조각에서 표현되는 높이가 일정해 압인할 때 힘의 분포가 순조로워 오리지널 조각의 이미지가 거의 그대로 살아나는 장점이 있다. 한마디로 압인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그것이 서구 유럽의 주화에 인물상을 측면으로 조각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 유럽의 주화가 지나치게 깔끔하고 정제되어 차갑게 느껴지는 반면 미국의 주화는 어딘가 풋풋하고 소탈하고 인간적 냄새가 나서 좋다.

어쨌거나 비록 짧은 기간 동안 유통되었지만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1962년 5월 말 까지 100환짜리 주화는 44억 5천 8백만환, 50환은 10억 2천 5백만환 ,10환은 12억 3천 2백만환으로 총 67억 천 5백만환이 발행되었다. 지금으로 보면 하찮은 돈일지 모르나 그 돈 속에는 60년대 어려웠던 시절, 우리가 살아온 역사의 흔적이 서려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1959년 미국 재무성에 의뢰해 총 139만 달러를 지불하고 들여온 최초 한국은행 주화 ‘환’ 표시 3종은 1962년 6월 10일 3차 화폐개혁으로 단명 하고 말았다. 다만 10, 50환 주화는 1968년 까지 1원 5원으로 평가 절하되어 사용되었다. 결국 100환은 3년, 10, 50환은 10년을 연명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살아진 것이다.

이것이 <최초 한국은행 주화> 3종 즉 10환, 50환, 100환의 생과 사다.